제주도의 의료 체계 숙원 사업이었던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구조적 걸림돌이 제거됐다. 정부가 그동안 서울과 묶여 있던 제주의 진료 권역을 독립된 권역으로 분리하기로 잠정 결정하면서, 도내 의료기관들이 서울 대형 병원과 경쟁해야 했던 불합리한 구조가 14년 만에 깨지게 됐다.
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상급종합병원 평가협의회는 최근 제주를 서울 진료 권역에서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보건복지부가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두고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조치다. 해당 연구에서는 기존 전국 11개 진료 권역을 제주권, 인천권, 충남권을 별도로 분리해 14개 권역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그간 제주는 지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서울 권역에 포함되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들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를 받아왔다. 과거 제주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시도했으나 서울 대형 병원들과의 지표 경쟁에서 밀려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이유다. 이번 독립 권역 신설로 도내 병원들은 오직 도내 의료 인프라 수준과 경쟁력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인력, 시설, 장비, 진료 기능 등을 종합 평가해 지정하는 국내 의료 체계의 최상위 기관이다.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들어서면 중증 질환자에 대한 원정 진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국가 연구지원 사업 및 임상시험 센터 지정 시 우선권을 얻게 되어 도내 의료 서비스의 질적 도약과 함께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개편된 진료 권역을 고시하고 지정 신청 공고와 신청 접수, 현장 평가를 거쳐 오는 12월 최종 결과를 공표할 계획이다. 평가를 통과한 도내 의료기관은 내년 1월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서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하게 된다. 도내에서는 현재 제주대병원을 비롯해 제주한라병원 등이 지정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진료 권역 분리가 확정됨에 따라 도내 병원들이 중증 환자 수용 능력과 전문의 확보 등 까다로운 지정 기준을 단기간에 충족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