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곡지구에서 14년 만에 다시 등장한 '토지임대부 주택'이 고분양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청약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땅값 없이 건물값만 지불하는 파격적인 조건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의 수요가 대거 몰린 결과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마곡지구 17단지 토지임대부 주택은 지난 16일 일반공급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15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 역시 6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마감됐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도 162가구 모집에 1만여 명이 신청해 평균 6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반값 아파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마곡 17단지의 분양가는 전용 59㎡가 약 3억 원대, 84㎡가 4억 원 중반대로 책정됐다. 인근 민간 아파트 동일 면적 시세가 16억 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수분양자는 토지 소유권 없이 건물 소유권만 갖게 되며, 대신 매월 66만~94만 원의 토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과거 토지임대부 주택은 임대료 부담과 시세 차익 환수 규정 등으로 외면받기도 했으나, 최근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이번 공급분부터는 전매제한 기간 10년이 지나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지고 시세 차익도 수분양자가 온전히 가질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 점이 흥행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장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압도적이다. 마곡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분양가 수준이면 서울 시내 전세 보증금보다 저렴한 수준이라며, 임대료가 발생하더라도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숙제도 남아 있다. 최장 80년 거주가 가능하지만 수십 년 후 재건축 시점이 도래했을 때, 토지 소유권이 없는 입주자들의 재건축 권한과 비용 분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이 아직 미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마곡 17단지의 흥행을 발판 삼아 하반기 고덕강일지구 등 서울 내 핵심 택지를 중심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저렴한 공급가와 주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오세훈표 반값 아파트'가 서울 주택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부동산 정책의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