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헌법재판소의 재판 취소 권한인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사법 체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전담 연구반을 꾸리기로 했다. 제도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공백과 실무적 쟁점을 법관들이 직접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행정처는 16일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을 통해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 구성 계획을 공지했다. 연구반은 재판소원 제도가 사법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헌법재판소에 의해 법원의 재판이 취소된 이후 진행될 후속 재판 절차와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행정처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재판소원 관련 연구와 검토 부족을 꼽았다. 헌재 결정이 기존 법률관계나 사법 절차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재판소원 심리 과정에서 법원이 취해야 할 실무적 절차 등이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특히 헌재 결정에 따른 가처분 처리가 사법 절차에 미칠 파장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별도 공지를 통해 준비 과정 없이 개정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된 점을 지적하며, 법리적으로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 차장은 합리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면 관계 기관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이 같은 움직임과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손인혁 헌재사무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소원 도입으로 인해 법원에 별도의 절차 규정이 필요할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추가적인 소송 절차 마련에 선을 그었다.
헌재는 재판소원으로 재판이 취소될 경우 상급심의 파기환송과 유사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를 법적으로는 파기환송이나 재심이 아닌 '재판이 없었던 상태로의 회귀'로 정의했다. 또한 재판소원의 피청구인이 법원이 되는 만큼, 심판 회부 대상을 재판장으로 할지 법원행정처장으로 할지는 법원이 정해야 할 몫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이 같은 인식을 두고 실무 현장의 혼란을 외면한 안이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확정판결의 효력이 사라진 이후의 절차가 명문화되지 않을 경우 당사자들의 법적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재판소원 도입을 둘러싼 법원과 헌재의 시각 차가 뚜렷해지면서, 향후 연구반의 결과물이 실제 사법 행정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재판 취소 이후의 재판권 행사 주체와 절차를 둘러싼 두 기관의 권력 분점 논의가 사법 체계 개편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