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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행정수도 세종’ 또 제외…결단 없는 정치가 국가를 늦춘다

백설화 선임기자 | 입력 26-03-19 11:33



‘행정수도 세종’의 헌법 명문화가 또다시 주요 의제에서 제외됐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너무도 익숙하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수도권 과밀 해소라는 절박한 과제,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수없이 반복돼온 정치의 회피, 그 또 하나의 기록일 뿐이다.

세종은 이미 행정수도다. 이름만 없을 뿐, 기능은 갖추고 있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다수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했고, 국가 운영의 핵심 축이 이곳에서 돌아간다. 그러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이 불완전성은 단순한 상징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결정의 비효율, 행정의 이중 구조, 그리고 국가 정체성의 혼선까지 낳고 있다. 현실은 앞서가고 있는데, 제도는 뒤처져 있다. 이 간극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 행정 체계의 가장 큰 구조적 모순이다.

헌법 명문화는 이 모순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것은 특정 지역의 이익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을 재정립하는 문제다. 수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권력을 어떻게 공간적으로 배치할 것인가, 국가 균형발전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 문제를 ‘민감하다’, ‘시기상조다’,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끊임없이 유예해왔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언제까지 시기상조인가. 언제까지 합의를 기다릴 것인가. 정치가 결단을 미루는 동안 현실은 이미 결정을 내려왔다. 수도권은 더 비대해졌고, 지방은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청년은 떠나고, 산업은 몰리고, 인구는 한쪽으로 쏠린다. 이것이 바로 ‘미루는 정치’가 만들어낸 결과다.

반대 논리도 반복된다. 막대한 비용, 행정 비효율, 정치적 갈등. 그러나 이 또한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다. 이미 국가 행정 기능의 상당 부분이 세종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문제는 이전 여부가 아니라 ‘이 현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정합화할 것인가’다. 

오히려 명문화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과 비용이 더 크다. 두 개의 축으로 나뉜 행정 구조는 시간과 자원을 이중으로 소모하고, 정책 결정의 속도를 늦춘다. 이 비효율을 방치하는 것이 과연 더 합리적인 선택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의 인식이다. 수도권 중심의 사고가 여전히 대한민국 정치의 뿌리를 지배하고 있다. 균형발전은 늘 선언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권력 구조를 건드리는 순간 뒤로 물러선다. ‘행정수도’ 논의가 반복적으로 의제에서 밀려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다.


헌법은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문서다. 그 헌법에 ‘행정수도 세종’을 명문화하는 것은 단순한 문구 삽입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더 이상 수도권 일극 체제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것은 지방을 살리고,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구조적 개혁이다.

이번 의제 제외는 단순한 ‘논의 순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가 여전히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이미 치러지고 있다. 

지방은 소멸을 향해 가고 있고, 수도권은 감당할 수 없는 과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 늦출 여유가 없다.
정치는 때로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방향을 정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행정수도 세종’의 헌법 명문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의 문제다. 미루는 순간,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국민 전체가 떠안게 된다.

더 이상 반복되는 유예와 회피로는 국가의 구조적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정치가 결단하지 않는다면, 그 정치의 존재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논의가 아니라 결정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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