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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짓은 권력이었고, 진실은 늦었다”…이재명 ‘조폭 연루설’ 판결 이후, 정치와 언론은 무엇을 속죄할 것인가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3-20 14:14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는 짧았지만, 그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이 발언은 단순한 유감 표명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정치와 언론이 합작해 만들어낸 ‘프레임 정치’, 그리고 ‘의혹 산업’에 대한 정면 고발이다. 그리고 동시에, 대한민국 공론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선언이다.

이번 ‘조폭 연루설’ 사안은 단순한 허위 주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은 어떻게 거짓이 생산되고, 어떻게 권력처럼 유통되며, 어떻게 한 인간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처음에는 ‘의혹’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덧씌워진 단편적 사실들. 그러나 그것은 곧 ‘가능성’으로, 다시 ‘정황’으로, 마침내 ‘사실처럼 인식되는 이야기’로 변질됐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불을 지폈고, 일부 언론은 그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힘은 의혹을 전략적으로 활용했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탐사’라는 이름으로 이를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프레임은 한 번 소비되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되살아났고, 정치적 위기 국면마다 재활용됐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정치의 가장 병든 지점이다.

‘사실’이 아니라 ‘쓸모’로 판단하는 정치.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의혹이 상대를 공격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가 더 중요해진 순간, 정치와 언론은 이미 공적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달랐어야 한다.
언론은 최소한 마지막 방어선이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는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강력한 공신력을 바탕으로, 이 사안을 단순 의혹이 아닌 ‘검증된 이야기처럼’ 전달하는 데 일조했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를 각인받는다. 그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한 번 ‘조폭’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그 사람은 이미 사회적 유죄 상태에 놓인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 권력’의 실체다.
그리고 이제, 대법원이 결론을 내렸다.
그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의혹’은 결국 허위의 영역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진실은 항상 늦는가.
그리고 왜 거짓은 항상 먼저 권력이 되는가.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미안하다”는 한마디는 어쩌면 너무 소박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수년간 한 인간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적 생명을 흔들며, 사회적 인식을 왜곡시킨 결과에 비하면, 사과는 턱없이 부족한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사과조차 없다면, 이 사회는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의혹 제기’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언론은 ‘탐사보도’라는 면죄부를 내려놓아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공론장에 올리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무기’가 된다. 그리고 그 무기는 언제든 한 개인을 파괴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다.
판결은 끝났지만, 시스템은 그대로다.
다음 ‘이재명’은 언제든 또 만들어질 수 있다.

다음 ‘조폭 프레임’은 언제든 또 작동할 수 있다.
이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거짓이 먼저 퍼지고, 진실은 뒤늦게 도착하며, 책임은 끝내 흐려지는 그 장면을.
그래서 묻는다.
정치는 언제까지 거짓을 도구로 쓸 것인가.

언론은 언제까지 의혹을 상품으로 팔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의 요구는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 대한 요구다.

“이제는 끝내자”는 요구다.
거짓이 권력이 되는 구조를,
의혹이 산업이 되는 구조를,
사과조차 사라진 무책임의 구조를.

진실은 늦었지만,
책임마저 늦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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