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40대 여성을 기망해 장애수당 등 수백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일정한 소득 없이 매달 입금되는 복지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악용해 접근한 뒤, 가족들의 생계비까지 모두 인출해 간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견 샵 종업원으로 일하던 남성은 손님으로 알게 된 피해자에게 "금융권 대출을 알아봐 주겠다"며 환심을 샀다. 이후 대출 절차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복지카드와 계좌 비밀번호 등을 건네받았다.
남성은 카드를 확보한 직후 본색을 드러냈다. 피해자의 계좌에 장애수당과 복지수당 등이 입금되는 날을 노려 10여 차례에 걸쳐 총 8백여만 원을 무단 인출했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성은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해 사채 130여만 원을 빌린 뒤 이마저도 가로채 자신의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여성은 관할 구청에서 중점 관리하는 'A등급 장애 가정'의 가구주였다. 피해자는 본인의 수당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장애아동 자녀와 중증 장애인 언니의 수당을 합쳐 가족 전체의 생계를 꾸려오고 있었다. 남성은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고도 가족의 유일한 생존 줄인 복지수당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피해자는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인지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즉각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변인의 제보와 구청의 이상 징후 포착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해 남성을 검거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한 악질적인 범죄"라며 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자체의 중점 관리 대상조차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경계선 지능 장애인의 경우 복잡한 금융 절차나 사기 범죄에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실시간으로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남성을 상대로 추가 범죄 여부를 조사한 뒤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