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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들은 “이별의 이유”를 묻는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4-03 18:55



사람들은 묻는다.
왜 헤어졌냐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고.
그리고 대부분은, 익숙한 방식으로 답한다.

“그 사람이 문제였다”고.
말은 쉽고, 결론은 단순하다.
누군가를 원인으로 지목하면
자신은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부서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잠시 말을 멈춘다.
눈을 내리고,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묵직한 침묵을 지나
조용히 말한다.
“나는… 나에게서 이유를 찾는다.”
이 문장은 약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패배한 사람이 내뱉는 체념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끝까지 도망치지 않겠다는 태도,
자기 삶을 타인에게 떠넘기지 않겠다는 결심,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조차
자기 자신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가장 단단한 선언이다.
사랑은 둘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을 버티고, 유지하고,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한 사람, ‘나’다.
나는 어떤 말을 선택했는가.
나는 어떤 순간에 침묵했는가.
나는 왜 참았고, 어디까지 버텼는가.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참는 것이 사랑이라고.
버티는 것이 책임이라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곧 나를 지우는 일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씩 접어 넣는다.
말하고 싶은 것을 삼키고,
아픈 것을 모른 척하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마저 스스로 무너뜨린다.
그렇게 해서라도
관계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참음’의 끝에서 무너지는 것은
관계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은
결국 사랑도 지킬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누군가를 위해 나를 없애는 행위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 위에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별 앞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너무 많이 참았다는 것을,
내가 너무 오래 나를 외면해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침묵이 결국
관계를 더 깊게 병들게 했다는 것을.
이별은 끝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비로소 ‘나’를 다시 만나는 시작이다.
타인을 원망하는 선택은 쉽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는 선택은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정직하다.

그리고 그 정직함 위에서만
다음 사랑은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묻는다.
왜 헤어졌냐고.
그때,

누군가는 다시 말할 것이다.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이.
“나는, 나에게서 이유를 찾는다.”
그 말은 슬픔이 아니라
성장의 문장이다.

그리고 그 문장을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다시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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