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6000억 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른바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던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이사가 징계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KB증권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금융위원회의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윤 전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에게 물린 내부통제 부실 책임의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23년 11월 라임 자산운용 펀드의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윤 전 대표에게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처하라고 통보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다하지 않아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자초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KB증권은 신규 상품의 전략적 중요도뿐만 아니라 잠재적 리스크 등을 고려해 상품 출시 여부를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금융위가 내세운 처분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가 이미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KB증권의 리스크 관리 규정, 자산운용 관리 지침, 파생상품 거래 내부통제 지침 등은 투자자 보호에 관한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 등을 편법 거래하며 수익률을 조작한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후 펀드 내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이어져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이번 판결로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사후 책임 추궁 방식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금융위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내부통제 기준의 구체적 범위와 경영진의 관리 책임 한계를 둘러싼 법리 다툼은 상급심에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