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청 폐지 이후 수사 주도권을 쥔 경찰 출신 인사들의 로펌 행렬이 가속화되면서 이른바 ‘전경예우(전직 경찰 예우)’ 논란이 법조계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건의 시작과 종결권이 사실상 경찰 단계에서 결정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자, 퇴직 경찰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사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로펌들은 경찰대 출신 변호사와 전직 간부급 인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찰 단계에서의 선제적 대응이 사건 전체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로펌 소속 전직 경찰들이 고문이나 전문위원 직함을 달고 현직 수사관과 접촉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수사 흐름을 바꾸는 사례가 적지 않게 확인된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특정 경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 수사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뒷말까지 무성한 실정이다.
문제는 퇴직 경찰의 로펌 취업을 제어할 법적 장치가 검찰에 비해 현저히 느슨하다는 점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퇴직 후 3년간 로펌 취업이 금지되지만, 경찰 출신 변호사들은 관련 법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별다른 심사 없이 법무법인에 입사해왔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전직 경찰들 역시 전문위원이나 고문이라는 모호한 직함을 사용하며 활동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실제로 퇴직 경찰이 로펌 소속으로 활동하며 수사 편의를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다 적발돼 기소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사적 접촉 신고제나 사건 문의 금지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국회에서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정 이상 퇴직 경찰의 로펌 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퇴직 전 5년 동안 수사 업무를 수행한 경정 이상 경찰 공무원이 로펌에 취업할 경우 반드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권 비대화에 걸맞은 투명성 확보는 경찰 조직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퇴직 경찰의 전관 특혜가 수사의 공정성을 해치는 고질적 병폐로 굳어지기 전에 로펌 취업 제한과 활동 내역 공개 등 강력한 통제 기전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입법 논의 결과는 향후 검·경 수사 체제의 형평성과 사법 정의 실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