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현장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지난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형사 처벌을 감면하거나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특례 조항을 담고 있어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진은 의료사고 발생 시 7일 이내에 사고 경위를 환자 측에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표명하는 공감이나 위로 등 유감의 의사표시는 향후 민·형사상 재판에서 책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보험 가입과 설명 의무 이행을 전제로 형을 감면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특히 배상금 전액을 지급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는 검찰의 공소 제기 자체가 제한된다. 다만 수술 부위가 바뀌거나 이물질이 체내에 잔류하는 등 '12대 중대 과실'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고의 성격을 전문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장치도 도입된다.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해당 의료행위가 고위험 필수의료에 해당하는지, 혹은 의료진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를 심의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새로 설치된다. 국가 보상 범위 역시 기존 분만 사고 위주에서 고위험 필수의료 전반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의료진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의료사고트라우마센터 설치안도 포함됐다.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됨에 따라 기존의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이는 개별 의료기관의 배상 책임을 보험 체계 내로 흡수해 환자의 실질적인 보상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법안 통과 소식에 의료계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환자 단체 등 일각에서는 의료인의 과실 입증이 더 어려워지거나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12대 중대 과실'의 모호한 경계선과 심의위원회의 공정성 확보 문제가 향후 본회의 통과와 시행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필수의료 붕괴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와 의료 특혜라는 비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다. 법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해 현장에 적용될 경우,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방어 진료 감소와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유입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