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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 40개국 긴급 회의…정부 파병·통행료 '고심'

김기원 기자 | 입력 26-04-03 10:08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파병 요구와 이란의 통행료 징수 압박 사이에서 정부는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까지 미측으로부터 군 파병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 간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구체적인 군사 지원 논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피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해협 현장에는 우리 선박 26척과 교민 40여 명이 머물고 있어 안전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은 일본, 핀란드와 함께 테헤란 내 대사관을 유지하며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있으나 이란 측의 태도는 강경하다. 주한 이란대사는 미국을 지원하는 세력이나 기반에 대해서는 통행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이 요구하는 통행료 징수 문제도 쟁점이다.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만큼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통행료 규모 검토설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군사적 기여와 경제적 비용 지불이라는 양극단의 선택지 사이에서 정부의 입지는 좁아지는 모양새다.

국제사회도 외교적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현 외교장관은 모테기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중동 지역 안정과 항행 안전 대책을 논의했다. 어젯밤 영국 주도로 열린 40여 개국 외교장관 화상 회의에는 우리측 정의혜 차관보가 참석해 국제적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이 국제 해상 항로를 장악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고 있다고 규탄했다. 다만 대응 방식에 있어서는 군사적 개입보다는 외교·경제적 압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맹국들이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제적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원유 수급과 물류 대란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 의리와 이란과의 실리 외교 사이에서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지가 향후 중동 정세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가 급등과 선박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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