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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잡한 시대, 우리는 왜 다시 노자를 읽는가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4-05 15:22



우리는 지금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정보는 넘치고, 관계는 넓어졌으며, 선택은 끝없이 늘어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삶은 더 단순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이 모순의 한가운데에서,
2,500년 전 사상가 노자의 말이 다시 소환된다.

노자는 인간에게 더 가지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덜어내라고 했다.
그의 저서 도덕경은
오늘날의 자기계발서보다 더 날카롭게,
현대인의 삶을 겨냥한다.

문제는 우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채운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성취, 더 많은 관계.
그러나 그 축적은 곧 피로로 전환된다.
채울수록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채울수록 짓눌리는 삶.
노자는 이 지점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비워라. 그래야 보인다.”
이 ‘비움’은 포기가 아니다.
본질만 남기기 위한 선택이다.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고,
쓸데없는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서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크기를 다시 설정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지혜다.

또 하나,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노력’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강요한다.
버티고, 견디고, 밀어붙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자는 다르게 말한다.
억지로 하지 말라고.
그가 말한 ‘무위(無爲)’는 무기력이 아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태도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이어붙인 관계는 결국 무너진다.
억지로 맞추려는 삶은 결국 균열을 낳는다.
우리는 너무 자주,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붙잡고 산다.
그래서 더 힘든 것이다.

노자는 강함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다고 믿지만,
그는 말한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물은 가장 약해 보이지만,
결국 바위를 깎는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왜 늘 강해지려고만 하는가.
왜 이해하기보다 이기려 하는가.
강함에 대한 집착은
결국 관계를 깨고,
삶을 경직시킨다.

마지막으로, 현대인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비교다.
타인의 삶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습관.
노자는 이를 가장 간단하게 정리한다.
“겨루지 않으면 다툼이 없다.”
비교를 멈추는 순간,
삶은 놀라울 만큼 단순해진다.
결국 노자의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된다.
더하려 하지 말고, 덜어내라.
억지로 밀어붙이지 말고, 흐름을 따라라.
강해지려 하기보다, 부드러워져라.
이 단순한 문장이
오늘의 시대에는 오히려 가장 어려운 선택이 되었다.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많이 가지려 하며,
너무 많이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길을 잃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답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제시된,
그러나 우리가 외면해온
그 단순한 질문이다.
나는 지금,
불필요한 것을 얼마나 붙잡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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