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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월호의 약속 그리고 친일 청산…  대한민국이 움직였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5-08 18:02



대한민국 국회가 마침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 뒤에는 오랜 시간 멈추지 않았던 국민의 눈물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
차가운 바다 속에서 아이들을 떠나보낸 부모들은 단 한 번도 진실을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 했지만,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광장에서, 국회 앞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달라”는 가장 절박한 외침을 이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는 생명안전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단순한 법률 조항 몇 줄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국민 앞에서 뒤늦게 꺼내든 반성과 책임의 약속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을, 우리는 참혹한 희생 이후에야 법으로 새기게 됐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비극을 겪어왔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산업현장의 죽음들, 반복되는 재난과 사고들 속에서 국민은 국가를 향해 끊임없이 물어야 했다.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 질문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절규였고, 다시는 같은 슬픔을 반복하지 말아달라는 눈물의 호소였다.

이번 생명안전기본법 통과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국민의 생명을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참사가 발생하면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국가적 다짐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친일재산환수법 역시 역사적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했다.

나라를 잃었던 시대, 조국의 아픔 위에서 부와 권력을 축적했던 친일의 역사는 해방 이후에도 완전히 청산되지 못했다.

독립운동가들은 가난 속에서 잊혀 갔지만, 친일로 축적된 재산과 권력은 오랜 세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었다.

역사는 때로 너무 늦게 정의를 말한다.
그러나 늦었다고 해서 정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친일재산환수는 단순한 재산 환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어떤 가치를 기억하고 후손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역사적 선언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나라.
그리고 역사의 정의를 외면하지 않는 나라.

생명안전기본법과 친일재산환수법은 서로 다른 법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국가는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국민의 눈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이후 12년.
그리고 해방 이후 78년.
너무 늦은 시간 끝에 대한민국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법 하나가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상처 입은 유가족의 마음을 모두 치유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국민은 기억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눈물이 결국 대한민국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날의 약속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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