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 교육체계를 누가 맡을 것인지를 두고 간호계가 교육 일원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간호법 시행으로 진료지원 간호사가 제도권에 들어왔지만, 교육시간과 이수 과목, 교육기관 지정 기준 등 세부 체계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대한간호협회는 19일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교육체계 정립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고, 전국 간호사 8,89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6%는 진료지원 업무 교육기관 지정·평가를 담당할 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간호 분야 전문기관"을 선택했다. 의사단체가 맡아야 한다는 응답은 5.3%, 간호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부 지정 기관을 꼽은 응답은 7.1%였다.
진료지원 업무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지도 조사됐다. 응답자의 82.2%는 진료지원 업무를 "간호법에 명시된 바에 따라 의사의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수행하는 간호사의 업무"라고 답했다. 반면 "기존 의사가 수행하던 업무를 간호사가 대신 수행하는 의사 업무"라는 응답은 17.5%에 그쳤다.
이 결과는 현장 간호사들이 진료지원 업무를 단순한 의사 업무 대체가 아니라 간호사의 전문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공의 이탈 이후 병원 현장에서 진료지원 간호사의 역할이 커졌고, 간호법 시행으로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교육 주체와 관리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교육기관 지정·평가와 교육과정 승인심사를 하나의 기관이 통합 수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6.5%가 "교육의 통일성과 지속성 확보"를 꼽았다. 42.6%는 교육기관 지정 평가의 핵심 판단이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별도 기관이 제각각 운영하면 제대로 된 교육체계를 만들기 어렵다고 답했다.
간협은 교육기관 지정·평가와 교육과정 승인심사가 분리될 경우 교육 목표와 평가 기준 사이의 연계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간호 분야 전문기관이 교육기관 지정·평가, 교육과정 승인, 교육성과 평가와 환류체계까지 일관되게 맡으면 표준화와 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는 환자 안전과도 연결된다. 진료지원 업무는 병원 현장에서 처치, 검사, 수술 보조, 환자 설명 등 다양한 영역과 맞닿아 있다. 업무 범위가 넓어질수록 교육의 수준과 책임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병원별 자체 교육에만 맡길 경우 숙련도와 업무 기준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진료지원 업무의 성격을 두고 여전히 시각차가 있다. 간호계는 간호법에 근거한 간호사의 업무로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의사 업무의 위임 범위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교육 주체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진료지원 간호사의 법적 지위와 업무 범위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간협 관계자는 진료지원 업무 교육체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국가적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육기관 지정·평가와 교육과정 승인심사 업무를 현장 전문성과 교육 운영 경험을 갖춘 간호 분야 전문기관이 통합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간호법 하위 규정과 고시를 통해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시간, 이수 과목, 실습 기준, 보수교육, 교육기관 평가 방식이 확정돼야 의료기관도 인력 운영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간호계가 교육 주체 문제를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진료지원 간호사의 제도화는 이미 병원 현장에서 시작된 변화를 법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다. 남은 쟁점은 교육 주체를 누구로 할지, 교육과 평가 기준을 얼마나 엄격하게 설계할지, 의사의 지도와 위임 아래 수행되는 업무의 책임선을 어디까지 분명히 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