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과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문화·콘텐츠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정책펀드 조성에 나섰다. 기존 문화 분야 펀드보다 규모를 크게 늘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콘텐츠와 기술기업에도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금융위원회는 22일 "K-컬처 밸류업 펀드"를 운용할 전문 운용사 모집을 시작했다. 펀드는 정부 재정 500억원과 산업은행·첨단전략산업기금 자금 3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에서 700억원 이상을 유치해 총 1500억원 규모로 결성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1])
투자 자금은 인공지능·지식재산 분야와 콘텐츠 혁신 분야로 나뉜다. 이 가운데 1000억원은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제작하는 기업, 게임·영상·음악 등 콘텐츠 지식재산을 보유하거나 사업에 활용하는 국내 기업에 투입된다.
AI·IP 펀드는 전체 결성액의 절반 이상을 K-컬처 산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AI 콘텐츠 기업과 지식재산 활용 기업에는 각각 결성액의 25% 이상을 배정한다. 두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중복해 계산할 수 없다.
나머지 500억원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 등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추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운용된다. 이 펀드 역시 결성액의 50% 이상을 국내 K-컬처 기업에 투자하고, 콘텐츠 혁신 분야에 최소 15%를 투입하도록 했다.
정부가 이번 펀드를 추진한 데는 기존 문화·콘텐츠 정책금융의 투자 규모가 대형 제작사업을 감당하기에는 작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동안 운용된 모태펀드 문화계정과 영화계정,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상당수는 500억원 안팎으로 조성돼 개별 작품이나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이번에는 산업은행과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전체 규모가 1500억원으로 커졌다. 국민성장펀드가 정부 부처의 기존 정책펀드에 자금을 보태 규모를 확대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콘텐츠를 반도체와 바이오 등과 함께 첨단산업 투자 범위에 포함해 지원 통로를 넓혔다.
투자 대상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웹툰과 게임을 영상·공연으로 확장하거나 캐릭터와 음악 지식재산을 상품·관광사업에 활용하는 기업도 자금을 받을 수 있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영상 제작과 번역, 음원·게임 개발 등 콘텐츠 제작 기술을 보유한 기업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문체부와 금융위는 콘텐츠 한 편이 여러 산업으로 확장되는 최근 시장 구조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웹툰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고, 인기 콘텐츠가 관광과 소비재 수출로 연결되는 만큼 제작 단계뿐 아니라 지식재산 사업화 과정에도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운용사 제안서는 8월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접수한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신청 내용을 심사하며 최종 운용사는 9월 중 선정될 예정이다. 실제 펀드 결성과 기업 투자는 운용사 선정과 민간자금 모집을 거친 뒤 시작된다. ([금융위원회][2])
관건은 민간자금 700억원 이상을 계획대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콘텐츠산업은 작품별 흥행 편차가 크고 투자 회수 기간도 일정하지 않다. 정책자금을 앞세워 펀드 규모를 키운 만큼 운용사가 대형 제작물과 AI 기술기업의 사업성을 어떤 기준으로 가려낼지가 다음 쟁점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