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결혼한 아들의 결혼식을 새로 치르는 것처럼 꾸민 모바일 청첩장을 배포해 축의금을 받은 전남 광양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광양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는 초등학교 교장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아들이 결혼한다는 내용의 모바일 청첩장을 교직원과 교회 관계자 등에게 전달해 수백만원의 축의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청첩장에는 전주의 한 예식장에서 전통 혼례를 올린다는 일정과 함께 축의금을 보낼 수 있는 계좌번호가 기재됐다. A씨는 "양가 가족들만 참석하는 작은 혼례로 진행해 직접 모시지 못한다"는 취지의 안내도 함께 전달했다.
의혹은 일부 교직원이 청첩장에 적힌 예식장에 직접 문의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날짜와 장소에는 결혼식 예약이 없었으며, A씨의 아들은 이미 지난해 결혼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청첩장에 기재된 신부 측 계좌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허위 청첩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 교직원 단체 대화방에 "결혼식이 취소됐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리고 사과했다. 교육 당국에는 이혼한 뒤 가족과 연락하지 않아 아들의 결혼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애초 예정된 결혼식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예식 일정이 없는데도 결혼 소식을 알리고 계좌번호를 제시해 돈을 받은 행위가 타인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허위 청첩장은 교직원 단체 대화방뿐 아니라 A씨가 다니는 교회의 주보에도 실린 것으로 조사됐다. 교직원과 교회 관계자 등이 보낸 축의금은 수백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라남도교육청도 자체 감사를 벌여 A씨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A씨는 이달 말 정년퇴직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찰이 넘긴 수사기록과 축의금 입금 내역, 청첩장 작성·배포 경위 등을 검토해 A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허위 결혼 소식을 믿고 돈을 보낸 교직원과 교회 관계자들에게 축의금이 모두 반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