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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진료해도 사무장병원은 부가세 낸다…대법원 면세 불허

이수민 기자 | 입력 26-08-04 15:36



의료인이 환자를 직접 진료했더라도 병원의 실질적인 개설·운영자가 비의료인이라면 해당 의료 용역에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를 환수했더라도 이미 성립한 부가세 과세 관계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 1부는 의료법인 A의료재단이 대전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판결은 지난달 16일 선고됐으며 사건번호는 2026두30111이다.

비의료인 B씨는 2008년 6월 충남에 있는 A의료재단 명의의 요양병원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자신이 의료재단 이사장에 취임하거나 처남을 이사장으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2017년 11월까지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B씨는 의사들을 고용해 환자를 진료하게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13차례에 걸쳐 요양급여비 136억5,022만4,150원을 받았다. 법원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B씨가 의료재단 명의를 빌려 운영한 사무장병원으로 판단했다.

건보공단은 2018년 12월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A의료재단에 174억1,580만80원, B씨에게 97억7,989만5,810원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을 내렸다. 이후 내부 재량준칙을 개정하면서 징수액을 재단 66억5,215만7,840원, B씨 68억4,592만7,060원으로 각각 줄였다.

세무조사도 이어졌다. 대전지방국세청은 A의료재단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료 용역에 대한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대전세무서에 통보했다. 대전세무서는 2021년 재단에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부가세 32억9,223만3,564원과 법인세 7억7,633만8,378원을 부과했다.

재판에서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가 실제로 제공한 진료를 세법상 면세 대상인 의료보건 용역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구 부가가치세법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제공하는 의료보건 용역에 부가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면세 여부를 판단할 때 진료 행위자뿐 아니라 의료 용역의 실질적인 공급 주체까지 살펴야 한다고 봤다. 의료법상 의사나 의료법인 등이 공급 주체가 돼 적법하게 제공한 의료보건 용역에만 면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아닌 사람이 의사 등을 고용해 제공하는 의료보건 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무장병원에서 면허를 가진 의사가 진료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 개설된 의료기관의 진료 수입까지 면세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건보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을 받은 요양급여비는 부가세 과세표준에서 빼야 한다는 재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의 환수는 사무장병원 운영에 대해 진료 거래 이후 별도로 내려지는 제재이므로, 부당이득징수금을 실제로 납부해도 앞서 이뤄진 의료 용역 공급의 효력이 소급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A의료재단은 병원 운영 수익을 B씨가 빼돌린 만큼 법인세와 부가세도 실질 운영자인 B씨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B씨가 재단 운영 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한 사정만으로 소득과 거래 등 과세 대상이 모두 B씨에게 귀속됐다고 볼 수 없다며 재단에 대한 과세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부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세무당국의 주장을 배척했다. 세무당국은 재단이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세금을 내지 않은 행위에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단순히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장부 조작이나 허위 증빙 작성 등 조세 부과를 피하려는 적극적인 은폐 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부가세에는 무신고에 따른 7년의 제척기간만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7년이 지난 뒤 부과된 부가세 부분은 취소된다.

법인세에는 재단의 부정한 행위가 인정돼 10년의 제척기간이 유지됐다. 이번 판결로 사무장병원의 의료 용역에는 부가세를 부과하되, 병원을 불법 운영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미신고 세금에 10년의 장기 제척기간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기준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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