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한 스타벅스코리아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논란이 발생한 지 두 달여 만으로, 행사 기획과 승인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5일 오전 8시 50분께부터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영장에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에 대한 모욕 혐의가 적시됐다.
경찰은 행사 기획안과 결재 문서, 내부 보고 자료, 관계자들의 업무용 전자기기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물 분석을 통해 문제가 된 문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사내 어느 단계까지 보고·승인됐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5월 18일 텀블러 판매 행사를 진행하면서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계엄군의 탱크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하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은폐성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까지 넣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도 해당 프로모션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논란 직후 스타벅스코리아는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손정현 당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한 뒤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광주시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시민단체는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다며 정 회장과 손 전 대표, 행사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배당하고 유공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고소·고발 경위를 조사했다. 유공자 5명은 모욕과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했다. 당시 경찰은 모욕과 명예훼손,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를 영장에 담았다.
검찰은 모욕 혐수 성립 여부는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명예훼손과 5·18 특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이 자체 감사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만큼 강제수사에 앞서 임의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첫 영장은 지난 6월 8일 신청됐다가 같은 달 12일 반려됐다.
경찰은 이후 신세계그룹 양종환 감사팀장 등 자체 감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제출 자료를 분석했다. 신세계그룹은 감사 결과 행사 문구에 정치적 의도나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려는 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자체 감사 과정에서 프로모션 담당 직원 일부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사 자료만으로 행사 기획 전반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자체 감사에서 확보되지 않은 자료와 관계자 사이의 연락 기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고 모욕의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5·18 유공자와 유족을 겨냥한 표현으로 볼 수 있는지, 상품명과 광고 문구를 연결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행사 기획자와 승인권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실무진이 독자적으로 문구를 작성했는지, 경영진이나 그룹 차원의 보고가 있었는지를 확인한 뒤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의 소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두 달 넘게 이어진 논란이 기업의 부적절한 광고를 넘어 형사상 모욕죄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이번 강제수사에서 가려질 쟁점으로 남았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