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절차가 여야의 상임위원회 주도권 대결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 야당의 반발 속에 보고서 채택을 강행했고,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위원장이 이끄는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를 취소하며 맞섰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를 마친 장관 후보자 5명 가운데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보고서 처리는 미뤄졌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보고서 채택 안건이 여야 합의 없이 추가됐다며 고성으로 항의한 뒤 표결에 앞서 전원 퇴장했다. 보고서는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위원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의결됐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기습적인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안건 상정은 지금까지의 청문회 자체가 요식행위였음을 증명해준다"며 "일방적으로 안건을 상정하고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의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회의장을 나온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고서 채택을 "답정너 면죄부 발급"이라고 규정했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배우자 사회적협동조합 특혜 의혹 등이 청문회에서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법정 기한과 여야 협의 과정을 근거로 반박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회를 마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도 야당과의 협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박 의원에게 처리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국방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국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민주당 주도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간사인 임종득 의원만 회의에 참석해 소속 위원 전원이 강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뒤 퇴장했다.
강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서울 구로구 철거민 특별공급 아파트 취득 과정과 주소 이전 문제 등이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민주당은 직무 수행을 가로막을 중대한 결격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진성준 국방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마친 직후 또는 다음 날 보고서를 채택해 온 것이 국회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청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이끄는 국토위와 산자위는 이날 예정했던 전체회의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홍지선 후보자와 이소영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와 국방위에서 보고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까지 보고서 채택에 협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해 이형일 후보자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민주당의 적격 의견과 국민의힘의 부적격 의견이 함께 담겼다. 야당은 과천 아파트 비거주 논란 등 후보자에게 제기된 문제가 모두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민생경제를 총괄할 경제 컨트롤타워의 공백을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채택에 협조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제기된 많은 문제와 우려가 확실히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면서도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하루속히 되돌릴 의무가 있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국무위원 후보자는 국회의 임명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자리는 아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법정 절차를 거쳐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다만 장관 후보자에 대한 판단이 인물별 검증을 넘어 상임위원장 소속 정당에 따라 엇갈리면서, 보류된 홍지선·이소영 후보자의 보고서 처리와 대통령의 임명 여부가 다음 대치 지점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