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 통계 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지난 7일 공식 수사를 시작한 뒤 열흘 만에 벌인 첫 강제수사다.
이태한 특별검사가 이끄는 특검팀은 17일 오전 중앙선관위와 지방 선관위 등 모두 9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수사관들은 선관위 사무실과 전산 관련 부서에서 내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업무보고 자료, 관련자들의 전자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자 수 통계 조정 의혹의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특검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실무자들의 개별 업무 착오인지, 중앙선관위 차원의 지침과 보고·승인에 따라 수치가 수정됐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6·3 지방선거 당일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일부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떨어져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선관위가 실제 투표 가능 인원보다 적은 수량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낮춘 경위와 책임자 승인 여부가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선거 과정에서 시간대별 투표자 수가 실제보다 많거나 적게 입력된 뒤 다른 시간대 수치에서 가감된 정황도 포착됐다. 중앙선관위가 각 시·도 선관위에 큰 오류가 아니면 즉시 수정하지 않고 다음 보고 때 수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지침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특검 출범 전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 선관위 등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했다. 관련 전산자료와 선관위 관계자 진술도 확보해 특검팀에 넘겼다. 특검은 기존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직접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의 수사 대상은 모두 12개 의혹이다.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통계 조작 의혹을 비롯해 선관위 관계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경력·전문임기제 채용 과정의 특혜, 내부 승진 인사 개입, 수의계약 특혜와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등이 포함됐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재임 기간 배우자를 동반해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선관위 예산으로 집행했다는 의혹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특검은 출장지 선정과 배우자 동행 비용 편성 과정에 선관위 지휘부가 관여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선관위 출신 인사가 운영하거나 관계된 업체에 투표함 제작 등의 계약이 집중됐다는 이른바 "선피아 카르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특검은 입찰 담당 직원과 업체 관계자 사이의 유착 여부, 경쟁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가 동원됐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확보한 전산자료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마치는 대로 선관위 실무자와 보고·결재 라인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투표용지 인쇄량 축소와 통계 수치 조정 과정이 선관위 지휘부에 어디까지 보고됐는지가 첫 강제수사 이후 규명해야 할 핵심 쟁점이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