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거리를 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연일 현 국민의힘을 맹렬히 비판하며 독자적인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잠잠했던 보수 진영의 재편론이 다시금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홍 전 시장은 9일 자신의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한 지지자가 "홍준표 중심의 신당을 만들라"는 요구에 대해 "알겠다"고 답하며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는 직접적인 창당 선언은 아니지만, 현재의 정계 개편 국면에서 새로운 당을 세우고 그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전 시장이 단순한 여론 형성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보수 진영 내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에게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한 일각에서 제기된 이준석 의원이 이끄는 개혁신당 합류설에 대해서는 "개혁신당행은 낭설이다"라고 선을 그으며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내년에 가셔라"는 한 이용자의 말에 "알겠다"고 답하며 이준석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아,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는 보수 진영의 파편화된 세력들을 규합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며,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국민의힘 복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홍 전 시장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이재명 정권은 '내란 동조'와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을 이유로 국민의힘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 청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출발이 내란특검법 통과"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보수 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 국민의힘이 직면한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축하려는 홍 전 시장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앞서 홍 전 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의도 양당 체제의 한 축인 사이비 보수정당은 이제 청산되어야 한다"며 "민주당 독선 정권에 맞서 국익을 우선하는 새로운 세력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른바 보수, 진보, 청년의 통합으로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단순히 보수 세력의 재편을 넘어 청년층을 포함한 다양한 세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구상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이는 기존의 이념적 틀을 넘어선 유연한 접근을 통해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홍 전 시장이 대선 이후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하여 "홍준표 시장은 정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패배하면 내란 세력, 즉 극우 보수 세력인 국민의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며 "홍 시장은 보수 신당을 만들어서 당대표로 들어오겠다는 계산으로 하와이에서 손가락도 바쁘고 넥타이도 바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인 홍 전 시장은 이르면 6월 중순 귀국할 것으로 알려져, 그의 귀국이 국내 정치 지형에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수 진영의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될지, 그리고 홍 전 시장의 신당 창당이 현실화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