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VIP 격노설'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특검은 어제 국방부와 대통령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오늘(11일) 오후에는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전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최고위급 참모가 줄줄이 강제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특검의 칼날이 누구를 향하게 될지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오늘 오후 3시, 김태효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지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특검은 당시 회의에 배석했던 김 전 차장을 상대로 'VIP 격노'가 실제로 있었는지, 이후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수사에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특검의 이번 소환은 전날(10일) 단행된 대규모 압수수색의 연장선에 있다. 특검은 국방부 대변인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실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의 자택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이들은 각각 'VIP 격노설' 이후 수사 외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종섭 전 장관은 대통령실과의 통화 직후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인물로, 임기훈 전 비서관은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VIP 격노'를 직접 전달한 인물로, 그리고 이시원 전 비서관은 군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을 조율한 인물로 각각 지목된 상태다.
이와는 별개로,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임 전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는지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에서 뻗어 나온 수사가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라는 두 개의 큰 줄기로 나뉘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으로 수사의 동력을 확보한 특검이, 이제는 대통령실의 핵심 참모들을 차례로 겨냥하면서 수사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김태효 전 차장의 소환 조사를 기점으로 'VIP 격노설'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지,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