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헝가리의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현지시간 9일,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켜 주는 강렬하고 비전 있는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수상으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임레 케르테스에 이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두 번째 헝가리 작가로 기록되었다.
1954년 헝가리 동남부의 작은 도시 줄러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현대 유럽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 세계는 종종 하나의 문장이 수십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길고 복잡한 문체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은 독자를 그의 세계 속으로 강력하게 끌어들이는催眠적인 효과를 자아내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통로로 기능한다. 그의 문장은 단순한 서술을 넘어, 인물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혼돈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장치 그 자체이다.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1985년작 "사탄탱고"는 사회주의 붕괴 후 몰락한 헝가리의 한 농장을 배경으로, 희망을 잃은 인간 군상의 모습을 냉철하고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벨러 터르 감독에 의해 7시간이 넘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영화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후 발표한 "저항의 멜랑콜리", "전쟁과 전쟁" 등의 작품들을 통해 그는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인간 존재의 불안과 허무, 그리고 구원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한림원이 언급한 "묵시록적 공포"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서이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세계관은 종종 암울하고 비관적으로 비치지만, 그 어둠 속에서 그는 역설적으로 예술과 아름다움의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의 인물들은 파국으로 치닫는 세계 속에서 절망하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며, 이러한 인간의 필사적인 몸짓을 통해 예술이 지니는 근원적인 힘을 조명한다. 이러한 그의 문학적 성취는 2015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이미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수상은 특정 이념이나 체제의 붕괴 이후, 정신적 공허함과 방향 상실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 그의 문학이 던지는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독자에게 쉽고 편안한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만들고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의 수상 소식은 동시대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