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7일 장전 프리마켓 거래에서 주가 10만원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2021년 1월 11일 장중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 9만 6800원을 약 3년 9개월 만에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이로써 시장과 투자자들이 염원하던 "10만전자" 시대가 현실화되며 국내 증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주가 돌파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결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이며, 영업이익은 2022년 2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견조한 실적이 확인되자 국내외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최대 13만원까지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주가 상승을 지지했다.
근본적인 동력은 인공지능(AI) 시장의 개화로 인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도래다. 특히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고 주요 고객사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투자 심리를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HBM은 기존 D램 대비 월등히 높은 가격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오고 있다는 신호는 "초격차" 리더십 복원에 대한 기대를 현실로 바꾸고 있다.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뿐만 아니라, 장기 침체에 빠졌던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이 뚜렷한 회복세로 전환한 점도 주가 상승의 기반이 됐다. AI 추론 시장이 확대되면서 고성능 범용 D램 수요가 증가하고, 업계 전반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업황 호조에 힘입어 내년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2018년 이후 최대치인 6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은 이번 "10만전자" 달성을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 변동을 주도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재평가받기 시작했으며, 이날 삼성전자의 급등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여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동반 강세로 이어지며 코스피 전체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