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27일 오전 개장과 동시에 사상 처음으로 장중 4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의 새 역사를 썼다. 2021년 1월 7일 3000선 고지를 처음 밟은 이후 약 4년 9개월 만에 새로운 지수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번 역사적인 랠리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장중 10만원을 넘어서는 "10만전자" 시대를 개막하며 지수 전체를 강력하게 견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날 코스피의 전례 없는 급등은 인공지능(AI) 혁명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됐다는 시장의 확신이 반영된 결과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이어 AI 연산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외국인 투자자의 집중 순매수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 역시 동반 강세를 보이며, 반도체 "투톱"이 지수 상승을 사실상 주도했다.
우호적인 대외 환경 역시 4000선 돌파의 발판이 됐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안정세를 확인하며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시사한 것이 글로벌 투자 심리를 크게 개선시켰다. 뉴욕 증시가 AI 기술주를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간 점이 국내 증시에도 훈풍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은 무역수지 흑자 기조와 원화 가치 안정세가 더해지며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코스피 4000"을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한국 경제와 산업 구조가 한 단계 격상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이정표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2000선에서 3000선 고지까지 약 13년 이상 소요됐던 것과 비교해 3000선에서 4000선까지의 도달 기간이 크게 단축됐기 때문이다. 다만 지수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한 만큼, 향후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인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7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코스피는 4000선을 돌파한 후 소폭 조정을 받으며 3990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