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내 증시가 미국발 투매 공포에 직면하며 개장 직후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1% 폭락한 4,061.91에 출발했다. 이는 간밤 뉴욕 증시가 고용 지표 부진과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 전반의 급락에 따라 일제히 폭락한 여파가 국내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코스닥 지수 역시 1.95% 내린 900.42에 거래를 시작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양 시장 모두 개장 초반부터 낙폭을 키우며 시장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매도 압력에 시달렸다.
이번 하락장의 결정적 배경은 뉴욕 증시의 기술주 중심 급락이었다. 최근 몇 년간 증시를 견인해왔던 인공지능 관련 종목들이 고점 부담 논란과 함께 대규모 투매 양상을 보였다. 특히 미 행정부가 특정 AI 칩의 중국 수출 불허 방침을 재차 확인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촉발했고, 이는 국내 반도체 등 대형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AI 거품론"이 재점화되며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극대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와 함께 미국의 제조업 및 고용 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진 것 또한 하락세를 부추긴 주요 요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대거 매물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핵심 동력인 전기·전자 업종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파란불을 켰다. 이 같은 외국인 투매 흐름은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나타나며 시장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확대했다. 장 초반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 발동 가능성이 거론될 만큼 투자 심리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증시의 대폭 하락은 단순히 기술주의 조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라는 거시적 환경 아래에서 한국 증시가 가장 취약한 고리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기업의 실적 전망과 미래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은 외국인 자본의 이탈을 더욱 가속하는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다. 달러 강세 압력이 지속되는 한 외국인 순매도 기조는 쉽게 전환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 방향성과 다음 주에 발표될 주요 경제 지표에 따라 추가적인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당분간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동시에 주시하며 보수적인 투자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나, "블랙 먼데이"급 충격을 촉발한 근본적 원인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