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유가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선 모습이다.
4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6.8원 오른 L당 1938.6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경유 가격 역시 전날 대비 6.3원 상승하며 L당 1929.4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모두 2000원 선에 바짝 다가서며 소비자들의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공급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 지역의 상승폭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서울 지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76.7원으로 전날보다 9.2원 올랐으며, 경유는 8.4원 상승한 1952.3원을 기록했다. 서울 도심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미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어선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유가 급등의 일차적인 원인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덮쳤다. 원유 수급 불균형에 대한 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국제유가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현장 주유소들의 분위기도 어둡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는 평소보다 크게 오른 결제 금액을 확인한 뒤 영수증을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다. 주유소 운영자들 역시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국제 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최근 국제 유가의 가파른 상승분을 고려하면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 폭 조정 등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서민 경제의 압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내 교전 상황과 미국의 대이란 정책 수위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고물가 흐름 속에 기름값까지 치솟으면서 산업계 전반의 물류비용 상승과 이에 따른 추가적인 물가 자극 우려는 피하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