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인 장한나 씨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특임교수로 임명되며 과학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위한 새로운 행보를 시작한다. KAIST는 13일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장 교수의 임용 기간은 이달부터 향후 2년간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세계 정상급 예술가를 초빙하여 KAIST 내 문화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학생들이 창의적이며 융합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임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앞으로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오케스트라 마스터 클래스"를 비롯해 리더십 특강 등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다면적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장 교수가 문화기술대학원 내에 위치한 조수미 공연예술연구센터와 함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자문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조수미 공연예술연구센터는 2022년에 설립되어 AI를 기반으로 음악 공연 관련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KAIST는 장 교수의 전문적인 지휘 경험과 예술적 통찰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 지휘 동작을 AI가 인식하고, 이를 통해 음의 속도나 박자 등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기술 등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예술 강의를 넘어, 최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 예술적 전문성을 접목하여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KAIST의 융합 교육 목표를 명확히 보여준다.
장 교수는 1994년 11세의 나이로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 음악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인물이다. 첼리스트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30대에 접어든 이후 지휘자로 전향하여 활동 영역을 넓혔다. 현재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니아, 왕립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등 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장 교수는 이번 임용에 대해 "과학기술의 중심인 KAIST에서 학생들과 함께 예술과 리더십, 협업의 가치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음악의 희로애락을 통해 미래 과학기술 리더들이 예술성과 창의력, 표현력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자 영광"이라고 덧붙이며, 앞으로의 교육 및 연구 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장 교수의 KAIST 임용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교육기관이 문화 예술 분야와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