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이른바 '룸살롱 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쟁점은 지 부장판사가 받은 접대의 규모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기준을 초과하는지 여부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지 부장판사의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했다. 공수처는 이 기록을 토대로 당시 지 부장판사의 동선 등을 면밀히 파악하여 접대 장소 방문 및 귀가 경로를 특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와 함께 최근 의혹이 제기된 해당 주점의 업주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팀은 주점에서 결제된 술값의 구체적인 액수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시 지 부장판사를 포함해 총 3명이 술자리에 동석했던 만큼, 전체 결제 비용이 300만 원을 넘으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발생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지 부장판사가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서울 강남의 한 주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지 부장판사가 동석자 2명과 함께 앉아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자체 감사를 진행했으나, 지난달 "징계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이 파악한 술값은 17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실제 결제된 술값이 대법원의 발표 금액인 170만 원을 초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공수처의 강제수사 과정에서 법원과 공수처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도 포착되었다. 공수처가 지 부장판사의 계좌 및 신용카드 사용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지난달 초에도 지 부장판사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어, 사법부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를 두고 법원과 수사기관 간의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택시 앱 기록 분석 등을 통해 법원이 기각한 금융 기록 없이도 혐의 입증을 시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