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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대표 록가수 “임재범 은퇴” 하지만 그의 노래는 forever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1-04 00:00



임재범의 음악 인생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도전과 완성’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넘어, 시대마다 음악의 기준을 끌어올린 보컬리스트로 평가받는다. 데뷔 이후 40년간 그는 록과 발라드,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가요의 지형을 확장해왔다.

임재범의 출발점은 1980년대 한국 록 음악의 태동기였다. 그는 1986년 대한민국 헤비메탈의 시작을 알린 밴드 시나위의 초대 보컬로 데뷔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대중음악 시장에서 보기 드물었던 정통 헤비메탈 사운드와, 이를 압도하는 그의 고음과 폭발적인 성량은 한국 록 음악의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시나위 1집 앨범 Heavy Metal Sinawe는 오늘날까지도 한국 록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임재범은 외인부대, 아시아나 등 여러 밴드를 거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 시기는 그가 단순한 록 보컬을 넘어, 멜로디와 감정을 동시에 지배하는 보컬리스트로 성장한 과정이었다. 다양한 밴드 활동을 통해 쌓은 무대 경험은 이후 솔로 활동에서 깊이 있는 표현력과 완성도로 이어졌다.

1990년대 초 솔로 가수로 전향한 임재범은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이 밤이 지나면을 시작으로 너를 위해, 비상, 고해, 사랑 등 수많은 명곡을 발표하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는 록 기반의 보컬을 발라드에 접목시키며, 감정을 노래하는 가수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시기 임재범은 히트 가수를 넘어, 한 곡의 노래로 사람의 인생과 감정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임재범 가수 인생의 중요한 특징은 공백과 복귀의 반복이다. 그는 여러 차례 활동을 멈추거나 무대에서 물러났지만, 복귀할 때마다 이전보다 더 깊어진 음악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행보는 상업적 흐름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음악과 무대를 선택해온 그의 신념을 보여준다. 공백 이후에도 변함없는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임재범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평가를 확고히 했다.

그의 보컬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한국 가요사에서 독보적이다. 광범위한 음역과 흔들림 없는 고음, 깊이 있는 저음은 수많은 후배 가수들에게 교본처럼 언급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래에 담긴 서사와 진정성이다. 임재범의 노래는 개인의 감정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온 대중의 기억과 삶을 함께 껴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진 데뷔 40주년 기념 전국투어 나는 임재범이다는 그의 음악 인생을 집대성한 무대였다. 화려한 연출보다 노래 자체에 집중한 이 공연은, 끝까지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로 증명한다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도 공연이 연이어 매진된 것은, 임재범이 여전히 현역 최고 수준의 보컬리스트임을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임재범의 가수 역사는 실패나 굴곡보다 이를 넘어선 회복과 완성의 기록에 가깝다. 그는 유행에 편승하기보다 자신의 속도로 걸었고, 그 결과 한국 대중음악은 한 단계 더 깊어졌다. 무대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임재범이라는 이름은 노래란 무엇인가를 묻는 기준으로 남을 것이다. 그의 일대기는 한 명의 가수가 어떻게 시대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한국 가요사에서 가장 긍정적이고 상징적인 서사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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