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무대를 호령하던 황재균이 억대 연봉의 유혹과 현역 연장의 기로에서 스스로 유니폼을 벗는 결단을 내렸다. 은퇴 후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타석이 아닌 록밴드 가수의 무대였다. 지난 10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황재균의 모습은 승부를 가르던 냉혹한 승부사의 얼굴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자신의 새로운 리듬을 찾아가는 예술가의 태도를 보여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KBS 불후의 명곡2]
황재균은 이번 무대를 준비하며 야구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마감한 배경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사실 그는 은퇴 직전까지도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단년 계약을 포함한 고액 연봉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FA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황재균은 조건보다는 본인이 설정한 은퇴 기준을 우선시했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마지막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며 계산적인 선택보다는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결단이 필요했음을 시사했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변신은 파격적이었다. 가죽 재킷과 강렬한 스타일링으로 무장한 그는 록밴드 보컬로서 마이크를 잡았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황재균은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을 숨기지 않았고, 경기장에서의 긴장감과는 또 다른 결의 진지함을 표출했다. 팬들과 가족을 향한 마음이 투영된 듯한 그의 무대는 스포츠 스타의 단순한 외도를 넘어, 평생을 바친 야구 인생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의 양식을 받아들이는 의식과도 같았다.
주변의 반응은 놀라움을 넘어선 공감으로 이어졌다. 동료 출연진과 시청자들은 그가 포기한 거액의 몸값보다, 박수 칠 때 떠나기로 한 용기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진정성 있는 태도는 기록과 성적으로만 평가받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서의 황재균을 온전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황재균은 프로 선수도, 전문 가수도 아닌 새로운 경계 위에 서 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늘어놓기보다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기꺼이 나서겠다"며 겸손하면서도 능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야구 선수로서의 영광을 뒤로하고 록 스피릿을 품은 채 대중 앞에 선 황재균의 선택은,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수많은 운동선수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라운드의 흙먼지 대신 무대 조명을 선택한 그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노래가 끝난 뒤 이어진 짧은 침묵 속에서 대중은 황재균이 그리는 제2의 인생 드라마가 어떤 색깔로 채워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