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 구상이 국회 법안 발의와 함께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정부는 학부 형태가 아닌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채택하여 의료 소외 지역과 필수 의료 분야를 전담할 정예 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공공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 의원은 최근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와의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쳐 마련된 사실상의 정부 안으로, 공공 의대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인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15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번 법안에서 주목할 점은 의무 복무 기간의 산정 방식과 강력한 제재 조치다. 15년이라는 복무 기간에는 군 복무나 일반 전공의 수련 기간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순수 기간을 극대화했다. 다만 공공보건의료기관 내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는 경우에 한해 해당 기간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반하거나 정부의 시정 명령을 거부할 경우 최대 1년간 면허가 정지될 수 있으며, 위반 행위가 반복될 시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정부는 학생들의 사명감을 고취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입학금부터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모든 경비를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의전원 형태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미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사회적 경험을 쌓은 인재들 중 공공 의료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지닌 이들을 선발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현재 국내 의학교육 체계가 대부분 학부제로 회귀한 상황에서, 공공 의대를 통해 의전원 체제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설립 지역과 정원 규모는 향후 하위 법령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인천, 전남, 전북 등 의료 취약지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법안이 올해 상반기 내에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부지 확보와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2029년 개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 학생 모집은 2030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과거 정부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공공 의대 설립을 추진했으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번번이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교육의 질 저하와 강제 복무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별도의 정원 관리를 통해 기존 의대 교육 체계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지역의사제와 연계한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 패키지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전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신설 규모를 통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말 구체적인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이며, 결과에 따라 향후 한국 의료 지형의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의료 인력 양성을 향한 정부의 승부수가 의료계와의 갈등을 넘어 실질적인 지역 의료 회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