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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의 제 2인생은 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1-15 14:19



사람은 어느 순간, 더 이상 앞만 보고 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체력의 문제일 수도 있고, 마음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보통 새로운 목표를 세우려 하거나 또 다른 경쟁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일지도 모른다.

제1인생에서 우리는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뒤로 미뤄왔다. 가족을 위해, 조직을 위해,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끝없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참고, 견디고, 버티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 주었을까. 잘해냈을 때조차 다음 과제를 떠올리며 자신을 다그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제2인생을 생각할 때 나는 성공이나 도전보다 먼저 한 가지 다짐을 떠올린다. 늘 나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것. 이 말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럽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선택이다. 실패한 날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하루를 부정하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에게만 엄격했다. 타인의 사정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신의 사정에는 변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중년들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지쳐 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채찍질이다.

제2인생은 더 빨리 가는 삶이 아니라, 더 이상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삶이어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속도를 재기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조용히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잘한 날에는 인정하고, 부족한 날에는 다그치지 않는 태도, 그것이 제2인생의 출발선이다.

이제 나는 세상에 무엇을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오늘의 나를 미워하지 않는 선택을 하려 한다. 그 선택은 작고 느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방향을 바꾼다. 자신을 사랑하는 삶은 결코 나약한 삶이 아니다. 오히려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가장 단단한 결심이다.

나의 제2인생은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끝내 나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조용한 기록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기록의 마지막 문장은 아마 이렇게 남을 것이다.

“나는 결국, 나를 사랑하는 삶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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