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8일 오후 시청 회의실에서 주요 시중은행 부행장급 인사들을 소집해 중소기업 운전자금의 조기 집행 방안을 논의했다. 고환율과 고유가 등 대외 경제 변수가 지역 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시는 기존 운전자금 규모에 5천억 원을 추가로 얹어 총 1조 3680억 원을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경덕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부산경제진흥원장, BNK부산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5개 주요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는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정책자금이 실제 대출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는 은행권에 대출 심사 절차 간소화와 지역 기업 대상 우대금리 확대를 강하게 요구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보면 지역 기업들의 위기감은 수치로 드러난다. 조사 대상 기업의 43.3%가 원자재와 에너지 비용 상승을 최대 경영 위험 요소로 꼽았고, 환율 변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31.7%에 달했다. 내수 회복 둔화까지 겹치면서 현장에서는 운영 자금 확보가 생존의 문제로 부각된 상태다.
자금 지원과 함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도 병행된다. 시는 올해 4월부터 12월 사이에 만기가 돌아오는 운전자금에 대해 최대 6개월까지 상환 기한을 늦춰주기로 했다. 연장 기간에 발생하는 이자 차액을 보전해주는 이차보전 지원 대상은 776개사, 금액으로는 2824억 원 규모다.
회의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역 중소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연초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시의 요청에 따라 내부 심사 가이드를 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연체율 관리와 건전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기류도 있어 실제 대출 문턱이 얼마나 낮아질지는 미지수다.
김경덕 권한대행은 정책자금 규모가 전국 최대 수준인 만큼 현장에서 체감하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금융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적기에 자금이 흐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