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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실 운영 산부인과 7억 환수 정당 판결…의료계 "분만 현실 외면"

박현정 기자 | 입력 26-05-28 13:50



상급병실 위주로 입원실을 운영하며 본인부담금을 과다 징수했다는 이유로 분만 의료기관에 내려진 7억 원대 환수와 업무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위반 기간과 금액을 고려할 때 처분이 부당하지 않다고 봤지만, 의료계는 분만 현장의 특수성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 산부인과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별도로 제기된 보건복지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병원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 산부인과의원은 1인실 17개와 2인실 2개 등 모두 19개 입원실, 21개 병상을 운영해 왔다. 복지부는 2019년 10월 현지조사에서 A 산부인과가 2016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6개월 동안 상급병상료 본인부담금을 과다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규정상 총 병상 수가 10개를 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일반병상 비율이 50%를 넘어야 상급병상료를 청구할 수 있었다. 복지부는 A 산부인과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급병상료를 받아온 것으로 보고 지난해 3월 65일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공단도 복지부 처분에 따라 환수에 나섰다. 환수 금액은 본인부담금 과다 징수액 5억7727만4231원, 입원료 산정기준 위반 청구액 1억1410만1990원, 입원료 거짓 청구액 5073만630원 등 모두 7억4210만6851원이다.

병원 측은 소송에서 병상 수 산정 기준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고 병상 수를 전체 병상 기준이 아니라 의사 1인당 병상 수로 나눠야 하며, 의사 3명이 근무하는 만큼 A 산부인과는 21병상이 아니라 7병상 규모로 취급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또 복지부 처분 전인 지난해 3월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이 개정돼 의원급 분만 의료기관의 일반병상 비율 기준이 기존 50%에서 20%로 완화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분만 의료기관의 현실을 고려해 제도를 바꾼 만큼, 기존 기준을 적용해 중한 처분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산부인과가 국민건강보험법상 금지된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반 기간과 부당금액 합계를 고려하면 위법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도 봤다.

병상 수 산정 기준에 대해서도 의사 1인당이 아니라 요양기관 단위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A 산부인과 전체 병상 수를 기준으로 일반병상 비율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 개정이 기존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반병상 비율 기준이 완화됐다고 해서, 과거 일반병상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의료기관의 상급병상료 징수를 위법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판결이 알려지자 의료계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법원이 분만 의료 현실과 특수성을 외면한 채 수십 년 전 마련된 병상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산부인과 1·2인실은 단순한 고급 병실이 아니라 감염 예방, 산모 사생활 보호, 신생아 안전관리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산모들도 이 같은 이유로 상급병실을 자발적으로 선택해 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원내 감염관리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인실 중심 운영을 강제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일반병상 비율 기준을 완화한 것 자체가 기존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분만 인프라 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 상당수 시군구가 분만 취약지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거액 환수와 업무정지 처분이 이어지면 분만 의료기관이 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시의사회는 분만 의료기관 현실을 반영한 병상 운영 기준과 수가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국가 필수의료인 분만 인프라를 유지하려면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판결은 건강보험 청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법원 판단과 분만 의료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료계 요구가 정면으로 부딪힌 사례다. 분만병원들이 산모 안전과 감염관리 등을 이유로 1·2인실 중심 운영을 이어온 만큼, 향후 제도 정비 과정에서 일반병상 기준과 본인부담금 청구 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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