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체 10곳 중 4곳, 고객 선수금보다 자산 적었다
국내 상조업체 상당수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선수금보다 적은 자산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장기간 납입한 돈을 맡아 운용하는 구조인데도 금융회사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아, 일부 업체에서는 투자 손실과 대주주 대여금 문제가 함께 드러났다.
전국 상조업체 75곳의 2025년 감사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32곳의 자산총계가 선수금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42.7%다. 선수금은 고객이 장례 서비스 등을 이용하기 전 미리 납입한 돈이다. 자산총계가 선수금보다 작다는 것은 모든 고객이 한꺼번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경우 회사가 돌려줄 돈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일부 업체의 자산 운용 방식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업계 7위권 상조업체로 알려진 부모사랑은 암호화폐 이더리움 관련 테마 상품에 595억 원을 투자했다가 장부가 기준 493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투자는 비트마인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에 이뤄졌고, 암호화폐 시장 하락 이후 장부가가 102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상조업은 고객 돈을 장기간 받아 운용한다는 점에서 보험업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법적 지위는 금융회사가 아니다. 상조업체는 할부거래법상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로 분류돼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이 때문에 보험사에 적용되는 지급여력비율 관리, 자본 확충 요구, 부실회사 지정 같은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정위가 공개하는 재무 건전성 지표는 지급여력비율과 부채비율 등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알리는 수준에 머문다. 부실 징후가 나타나도 대주주에게 증자를 강제하거나 경영권 교체를 요구할 근거는 제한적이다. 고객이 낸 선수금 운용과 관련해서도 핵심 규제는 선수금의 50%를 보전하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다. 나머지 자금은 업체가 운용할 수 있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자에게 자금이 흘러간 사례도 확인됐다. 선수금 기준 3위 업체인 소노스테이션은 2024년 계열사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500억 원을 빌려줘 논란이 됐다. 중소 상조업체 가운데서는 고객 선수금보다 대주주나 대표에게 빌려준 돈이 더 많은 곳도 있었다. 한양상조는 선수금이 5억7000만 원인 가운데 대표에게 22억 원을 대여했고, 제주일출상조는 선수금 4억5000만 원 규모에서 대주주에게 16억 원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상조업의 회계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고객이 낸 선수금은 실제 장례 행사 등 서비스가 제공되기 전까지 매출이 아니라 부채로 잡힌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장부상 부채가 커지고, 서비스 제공 전까지는 손실이 쌓여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채권, 부동산, 인프라, 기업금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일부 중소업체에서는 고객 환급 자체가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대노복지사업단은 지난해 말 기준 선수금이 706억 원이었지만 자산총계는 407억 원에 그쳤다. 이 업체는 계약 해지를 요청한 고객에게 납부한 선수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기준 해지청구액 가운데 미지급액은 1억3000만 원 규모로 파악됐다.
상조 서비스는 장기간 유지되는 계약이 많고, 고객은 실제 서비스 제공 시점까지 업체의 재무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가입 당시에는 정상 영업 중인 회사처럼 보이더라도 투자 손실, 특수관계자 대여, 해지 증가가 겹치면 환급 여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고객 돈을 기반으로 성장한 시장이 10조 원 규모로 커졌지만 감독 체계는 여전히 선불식 할부거래 관리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위 감독만으로 상조업체의 자산 운용과 대주주 거래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지도 쟁점으로 남았다. 선수금 보전 비율을 넘어 자산 건전성, 위험 투자 한도, 특수관계자 대여 제한, 해지 환급 능력 등을 함께 관리하는 제도 보완 문제가 상조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