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을 둘러싼 집단소송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들이 주거 사용 제한, 수익률 하락, 대출 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시행사와 건설사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서울 서초동 생활형 숙박시설 "서초로이움지젤" 일부 분양 계약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수분양자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가 해당 건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분양 홍보물에 "주거"나 "거주" 표현이 일부 포함됐더라도 법적 용도가 숙박시설이고 숙박업·부동산 임대업 용도라는 점이 비교적 상세히 고지됐다고 판단했다.
생활형 숙박시설 분쟁은 최근 2∼3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상당수 물건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0년과 2021년 사이 분양됐다. 이후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 사용 제한을 분명히 하면서 "실거주가 가능한 줄 알고 계약했다"는 수분양자들의 소송이 이어졌다. 분양 당시 설명과 계약서, 안내문, 광고 문구가 재판의 핵심 증거로 다뤄지고 있다.
법원이 주목하는 지점은 계약 당시 수분양자가 어떤 정보를 제공받았는지다. 분양공고나 계약서, 안내자료에 생활형 숙박시설의 법적 성격과 사용 제한, 숙박업 또는 임대업 용도 등이 명시돼 있었다면 계약 취소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단순히 분양 이후 시장 상황이 악화됐거나 기대 수익이 낮아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복되고 있다.
소송 흐름은 생활형 숙박시설을 넘어 오피스텔과 상가, 지식산업센터로 번지고 있다. 오피스텔에서는 부실 시공과 할인 분양, 상가에서는 설계 변경과 임대수익률 보장 여부, 지식산업센터에서는 대출 한도 축소와 과장 광고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된다. 다만 법조계와 분양업계에서는 중대한 하자나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수준의 시행사 책임이 입증돼야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 최근 판결 흐름도 수분양자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마곡르웨스트 오피스텔 수분양자 404명이 시행사 마곡마이스PFV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분양공고 등에 생활형 숙박시설로서 실거주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시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기 시흥 거북섬 복합쇼핑몰 보니타 계약자들이 참여한 소송 1심에서도 시행사 측이 승소했다.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수분양자 부담은 커진다. 패소할 경우 이미 납부하지 않은 중도금과 잔금, 연체이자, 소송 비용까지 한꺼번에 부담해야 할 수 있다. 분양 계약자들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시행사가 이미 재정적으로 악화됐거나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실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집단소송 참여가 곧바로 계약 해제나 환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수분양자의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일부 중소형 로펌이 수분양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단소송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부담, 공실 우려가 겹친 상황에서 계약자들이 법적 대응에 기대는 경우가 늘었지만, 법원은 개별 계약서와 고지 내용, 광고의 구체성, 손해 발생과 시행사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따져 판단하고 있다. 같은 사업장 분쟁이라도 계약 시점과 안내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도 분양계약 해약 기준 정비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3일부터 40일간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바닥면적 3000㎡ 이상 분양 건축물과 30실 이상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 등을 대상으로 해약 기준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분양신고 내용과 광고가 달라 시정명령을 받았더라도, 해당 위반행위로 분양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해약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분쟁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책임을 다시 나눌 수 있느냐가 아니다. 분양 당시 어떤 설명이 있었고, 계약서에 어떤 제한이 적혀 있었으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의 홍보가 법적 용도와 얼마나 어긋났는지가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수분양자 집단소송이 확산할수록 법원 판단의 초점은 시장 침체가 아니라 계약 당시 고지와 입증 책임으로 좁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