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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암 치료 경쟁, 중입자·양성자 인프라 투자로 번졌다

강동욱 기자 | 입력 26-06-11 16:18



서울아산병원이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에 들어가면서 국내 대형병원들의 암 치료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항암제와 수술 성과를 앞세우던 경쟁은 이제 중입자와 양성자 치료기 같은 초고가 방사선 장비 확보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11일 중입자치료센터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목표 가동 시점은 2031년이다. 센터는 연면적 3만9502㎡ 규모로 지어지며 회전형 치료기 2대와 고정형 치료기 1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병원 계획대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중입자치료시설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된다.

이번 착공은 단순한 병원 시설 확충을 넘어 국내 암 치료 시장의 경쟁 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입자치료는 장비 가격과 시설 구축 비용이 크고, 차폐 공간과 전문 인력까지 필요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천억 원대 투자를 감수해야 하는 분야다. 그럼에도 대형병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기존 치료로 한계가 있던 난치성 암 치료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자치료는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 집중시키는 치료법이다. 양성자치료는 수소 원자핵을, 중입자치료는 탄소 이온처럼 무거운 입자를 이용한다. 일반 방사선치료가 암세포 주변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과 달리, 입자치료는 몸속 특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방출한다.

이 원리는 “브래그 피크”로 설명된다. 입자가 몸속을 통과하다가 종양이 있는 위치에서 강한 에너지를 내고 이후 급격히 사라지는 방식이다. 치료 부위 주변에 뇌, 척수, 안구, 장기 등 중요한 조직이 있는 경우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아암처럼 성장 과정에서 방사선 후유증을 줄여야 하는 환자에게도 의미가 크다.

중입자치료가 주목받는 이유는 양성자치료보다 암세포를 손상시키는 생물학적 효과가 더 크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전립선암, 췌장암, 간암, 폐암, 육종, 재발암 등 기존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수술이 까다로운 암종이 주요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모든 암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며, 환자 상태와 암의 위치, 병기, 기존 치료 이력에 따라 적응증을 따져야 한다.

국내에서 중입자치료를 실제 환자에게 시행 중인 곳은 세브란스병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23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전립선암 치료로 출발한 뒤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서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7년 하반기 치료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새로 가세하면서 국내 중입자치료 거점은 세브란스병원 중심의 초기 단계에서 세 곳 체제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게 됐다. 특히 서울대병원 사업은 동남권, 서울아산병원 사업은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암 치료 경쟁과 연결돼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선택지가 늘어나는 변화지만, 병원 간에는 고난도 암 치료 환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중입자치료와 별개로 양성자치료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부터 양성자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해 소아암, 뇌종양, 두경부암 등을 중심으로 치료 경험을 쌓았다. 서울성모병원도 2029년 개소를 목표로 차세대 양성자센터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사업에는 25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병원은 최신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하고, 완공 뒤 3개 갠트리를 갖춰 연간 최대 1800명의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과 계명대동산병원 등도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입자치료 인프라는 수도권과 지역 거점 병원으로 함께 확산되는 흐름이다.

병원들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배경에는 치료 전략의 차이가 있다. 중입자치료는 난치암과 방사선 저항성 암종에 초점을 맞춘 고난도 치료 인프라로 분류된다. 반면 양성자치료는 상대적으로 임상 경험이 넓고 일부 암종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양쪽 모두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인다는 목표는 같지만, 적용 대상과 운영 방식은 다르다.

입자치료 확대가 곧바로 모든 암 환자의 치료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입자치료는 아직 건강보험 적용 범위와 치료비 부담 문제가 남아 있다. 양성자치료 역시 암종별 적용 기준이 제한적이다. 첨단 장비가 늘어날수록 어떤 환자에게 우선 적용할지, 치료 효과와 비용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해외 원정 치료 수요 감소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국내에 중입자치료 시설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일부 환자들이 일본 등 해외 병원을 찾았다. 국내 치료 거점이 늘어나면 이동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치료 수요가 특정 대형병원에 몰릴 경우 예약 대기와 지역 격차 문제는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중입자치료센터 착공은 국내 암 치료 경쟁의 방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병원들은 더 정밀한 치료, 더 적은 정상 조직 손상, 더 높은 난치암 대응력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천억 원대 장비 경쟁이 환자의 실제 치료 접근성 확대로 이어지려면 치료비, 보험 적용, 지역 배분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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