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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뛰어도 환율은 불안…원·달러 1500원대 장기화에 기업 부담

정한영 기자 | 입력 26-07-15 09:20



국내 증시가 반도체주 반등과 외국인 매수 흐름에 따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과 수입물가 압력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6원 오른 1506.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상승 마감했지만 환율은 중동 긴장과 달러 저가 매수 유입 영향으로 반등했다.

환율 1500원대는 더 이상 일시적 고점으로만 보기 어려운 흐름이 됐다. 지난 6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12거래일 연속 1500원을 웃돌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섰다. 고환율이 길어지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 현장의 체감 부담은 업종별로 엇갈린다. 달러로 수출 대금을 받는 기업은 환율 상승이 원화 환산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와 부품,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제조업체는 이익 개선 효과가 제한된다. 매출은 늘어도 원가가 함께 오르면 실제 수익성은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는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의 부담이 크다.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환헤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곧바로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창원 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수입 원가 부담이 커져 실적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고환율은 물가에도 부담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 곡물, 원자재, 수입 식품의 원화 가격이 상승한다. 생산 단계에서 오른 비용은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3∼0.5%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와 환율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도 시장의 부담 요인이다. 코스피가 반등하더라도 원화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가 커진다. 주가 상승분이 환율 손실로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 흐름이 흔들릴 경우 증시 반등의 지속성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최근 증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를 중심으로 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환율이 높은 수준에 고착되면 기업 실적 평가에도 변수가 생긴다. 수출 대기업에는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내수 기업과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는 비용 증가 압력이 먼저 반영된다.

가계 부담도 피하기 어렵다. 해외여행, 유학비, 해외 직구, 수입 식품 가격은 환율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소비자들은 생활비와 여가비용 상승을 동시에 체감하게 된다. 기업 비용 증가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내수 회복에도 제약이 생긴다.

외환당국은 환율 급등 때마다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달러 강세와 대외 불확실성이 함께 작용하는 상황에서는 단기 대응만으로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미국 금리 경로, 국제유가, 중동 정세, 외국인 자금 이동이 원화 가치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결국 하반기 경제의 핵심 변수는 증시 상승세보다 환율 안정 여부에 놓일 수 있다. 코스피가 오르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기업 원가와 물가, 외국인 수급 불안은 계속 남는다. 증시 반등이 경기 회복 신호로 이어지려면 외환시장 안정이 함께 확인돼야 한다.

정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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