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맞아 묘역을 참배하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김민석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막내 비서실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민주주의와 실사구시, 민생과 평화의 정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8일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과 한병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현충탑에 분향한 뒤 방명록에는 "민주당이 대한민국 황금시대의 기관차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현충관에서 열린 서거 17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추모식에는 조정식 국회의장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사회 관계자 등 800여 명이 자리했다.
김 대표는 추모사에서 "대통령님의 막내 비서실장이 대통령님 뒤를 이어 민주당 당대표가 돼 인사드린다"며 "오늘을 위해서도 어제 꼭 당선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표 선출 직후 수해 현장을 다녀온 뒤 밤새 추모사를 준비했다고 소개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기억을 되짚었다. 김 대표는 "돌이켜보니 젊은 저에게 참 많이 맡기셨다"며 "세대 차이를 넘어 비슷한 결론을 내릴 때마다 신기해하고는 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와 김 전 대통령의 인연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대표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해 32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19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를 가까이서 수행했다. 대선 기간 한 달 동안 김 후보 차량의 옆자리에 앉아 일정을 함께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과정에서는 실무를 맡았고, 김 전 대통령이 당 총재를 맡을 당시 초대 총재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30대 중반이던 김 대표가 여권의 주요 정치인으로 성장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로 불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가 실사구시와 민생 우선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부하고 숙고하고 행동하고 진중하고 실사구시하고 민생 우선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는 모두 대통령님의 제자"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화해와 통합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김대중 대통령은 애정과 슬픔, 추모를 넘어 존경과 배움의 역사"라며 "국민과 함께 이념을 넘어 초당적으로 기리고 배우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평화적 정권교체, 남북 화해와 협력, 외환위기 극복과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위상 강화 등이 꼽힌다. 김 대표는 이 가운데 실용과 통합, 민생과 평화의 가치를 새 지도부가 이어갈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대표가 당대표 취임 다음 날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첫 공식 일정으로 선택한 것은 민주당의 역사적 정통성과 통합을 새 지도부 운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이 민생 성과와 당내 화합, 여야 간 대화로 어떻게 이어질지가 김민석 지도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