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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피해자가 숨는 현실 바꿔야"…수사·기소 분리에도 범죄 대응 공백 차단

박수정 기자 | 입력 26-09-14 10:39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4년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국가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 과정에서도 여성과 청소년 대상 범죄 대응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관계 부처에 점검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엑스에 올린 글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됐다"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과정에서도 여성과 청소년 대상 범죄 대응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 부처가 꼼꼼하게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은 2022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이 자신을 스토킹해 온 전주환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신고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도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스토킹 범죄의 사전 차단과 피해자 보호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 대통령은 "신당역 10번 출구 추모의 벽에 남겨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글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유가족과 지금도 불안 속에서 생활하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정부와 국회는 사건 이후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하고 피해자 보호 제도를 보완해 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법과 제도가 마련된 뒤에도 피해자가 거주지와 직장을 떠나 몸을 숨겨야 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가정폭력을 피해 피신한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도 언급했다. 반복되는 폭력과 위험 신호가 확인됐는데도 국가가 범행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면 현장 대응체계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폭력이 반복되고 위험 신호가 나타날 때 국가가 먼저 나서야 한다"며 "제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과 함께 현재 마련된 보호 장치가 경찰과 검찰, 법원, 피해자 지원기관의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의 일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범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멈춰 세워야 한다"며 "피해자의 일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가해자의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피해자가 법원에 접근금지 등을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추진하고,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과 민간 경호, 폐쇄회로 텔레비전 지원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해당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추가로 필요한 제도 보완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일터와 출퇴근길 등 일상의 어느 장소에서도 스토킹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국가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보호 기능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담겼다. 사건 접수와 위험성 판단, 신변보호, 가해자 수사와 기소가 서로 다른 기관으로 나뉘는 과정에서 정보 공유나 긴급 대응이 지연되면 피해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토킹과 교제폭력은 단발성 사건보다 반복적인 위협과 통제 끝에 중대 범죄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어 초기 위험 신호에 대한 판단과 기관 간 공조가 중요하다. 관계 부처가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맞춰 고위험 사건의 인계 기준과 정보 공유, 피해자 보호의 책임 주체를 얼마나 명확히 정비할지가 남은 과제다.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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