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 하루 만에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와 대형 반도체주의 선전에 힘입어 큰 폭으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7.68포인트(1.94%) 급등한 4,089.25로 거래를 마감하며, 4,080선을 단숨에 재탈환했다. 특히 그간 시장 변동성 확대의 주요 요인이었던 외국인 투자자가 모처럼만에 현물 및 선물 시장에서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의 심리를 단번에 개선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국인 투자 주체의 압도적인 순매수세였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현물)에서 5,100억 원을 순매수하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1,9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반등을 강력하게 견인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4,900억 원, 기관 투자자는 60억 원 규모의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외국인과 뚜렷하게 상반된 포지션을 취했다. 이는 지수 급락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관망하거나 차익 실현에 나선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한국 증시의 핵심 종목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확충했음을 시사한다.
지수 상승을 주도한 핵심 동력은 역시 대형 반도체주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및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8.21%, 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3.50% 각각 급등 마감하며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처럼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들이 급반등에 나서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형 반도체주의 강세는 단순히 개별 종목의 회복을 넘어, 국내 증시가 가진 기술주 중심의 구조적 강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외에도 주요 업종에서 강세 종목이 포진하며 상승 폭을 뒷받침했다. 방위산업 및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중공업(2.90%), 한화에어로스페이스(2.51%), 한화오션(1.39%) 등이 강세를 보였고, 지주회사인 SK스퀘어(4.64%)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일부 업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내 증시를 이끌어가는 핵심 산업 전반으로 퍼지며 광범위한 회복세를 보였음을 의미한다. 다만, 금융주 KB금융(-2.08%)과 바이오주 셀트리온(-3.16%) 등 일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약세를 면치 못하며 업종별 차별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4.77포인트(0.53%) 상승한 902.67로 장을 마감하며 소폭이나마 코스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의 강력한 반등은 최근 불안정했던 국내 증시가 외국인 매수세와 핵심 기술주의 실적 기대감이라는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다시금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