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해당 발언의 즉각적인 철회와 함께 중국 인민에게 명확한 설명을 내놓으라고 일본 측에 엄중히 촉구했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중일 양국 간의 갈등은 외교 당국자 회담에서도 첨예한 대립을 보이며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진행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과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간의 협의 결과를 공개하며 이와 같이 밝혔다. 류 국장은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중국 관련 발언에 대해 일본 측에 다시 한번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을 제출했으며, 이 발언이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점을 강력하게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이 문제 삼은 발언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를 언급하며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는 현직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상황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마오 대변인은 류 국장의 발언을 인용하여, 다카이치 총리의 그릇된 논조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개 정치문서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전후 국제 질서를 훼손했으며, "그 성격과 영향이 극히 악질적이고, 중국 인민의 공분과 규탄을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중일 관계 악화의 근원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중국 내정에 간섭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중국은 핵심 이익을 수호하고 국제 정의를 지키려는 입장에 추호의 변화도 없음을 천명하며, 일본 측에 실제 행동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아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수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중국은 외교 채널을 통한 항의를 넘어,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동원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로 규정하며 일본의 전략적 방향 전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인민일보는 일본 군국주의가 과거 '자위권 행사'나 '존립 위기'를 구실로 대외 침략을 감행했던 역사를 언급하며, 이번 발언이 일본이 군국주의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강경 기조 속에서 중국은 외교적 압박과 함께 실질적인 보복 조치도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및 교류 자제를 요청했고, 이로 인해 중국 여행사들은 일본 단체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경제적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심지어 개봉을 앞두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개봉 일정이 중단되는 등 문화 교류 분야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중국 해경선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을 순찰하며 무력 시위에 가까운 경고를 이어갔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이에 항의한 것에 대해서도 자국 해경선의 순찰·집법은 정당하고 합법적인 행위이며, 일본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말 것"을 경고하며 일축했다. 현재 중일 관계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 여부와 중국의 추가적인 대응 수위에 따라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 사태와 같은 최악의 갈등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