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3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을 향한 중도층의 민심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 중심의 메시지를 강화하면서 중도층에서 지지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지 못한 점이 중도층 반감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당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2%로 집계됐고,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였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두 응답이 오차범위 내(39% 대 36%)에서 비슷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나며 확대됐다.
가장 큰 변화는 중도층에서 확인됐다. 지난달 중도층은 “여당 다수” 38%, “야당 다수” 36%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여당 44%, 야당 30%로 격차가 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국갤럽은 이를 두고 “팽팽했던 중도층 여론이 여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중도층은 민주당 44%, 국민의힘 16%로 한 달 전보다 격차가 더 커졌다.
이 같은 흐름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세우는 ‘체제 전쟁’ 프레임과 강경 메시지가 중도층과 거리를 벌어지게 했다는 비판과 맞물린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면회했고, 이달 12일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에서는 체포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언급하며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고 발언했다. 이어 “우파 전체가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여야 한다”며 자유통일당 등 강경 우파 세력과의 공조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중도 확장보다 우파 연대로 무게를 둔 행보로 해석됐다.
지도부는 “핵심 지지층을 먼저 결집한 뒤 시점이 무르익으면 중도층 확장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부동산·증시 하락 등 정부·여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나타나는 시점까지 움직임을 최소화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전략이 계속된다면 중도우파는 물론 좌우 경계선에 있는 유권자까지 야당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연초까지 뚜렷한 전환점이 없다면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보수 지지층이 이미 충분히 결집했다고 보는 것은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을 기준으로 하면 보수층의 실질적 결집력은 30% 수준에 그친다”며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중도층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가 내부 계파를 아우르는 통합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민주당의 반명(반이재명) 그룹까지 포섭할 수 있는 넓은 외연이 필요하다”며 “친한계, 유승민계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이날 기초·광역단체장 경선에 ‘당원 70%, 여론조사 30%’ 비율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지방선거의 당원 50% 비중보다 당심 비중을 확대하면서 “중도층을 중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도층 이탈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당심 중심의 경선 규칙이 오히려 외연 확장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