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가계대출 관리 강화 대책' 시행과 더불어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하며 창구 문을 걸어 잠근 결과, 국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은 2년 가까이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정책 효과와 은행의 총량 관리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된 모습이다.
금융권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11월) 27일 기준 총 768조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달 들어 증가한 가계대출 규모는 1조 5천억 원으로, 지난 10월 증가액인 2조 5천억 원 대비 1조 원가량 크게 감소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책과 은행들의 선제적 대출 축소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내에서도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증가 폭 감소가 두드러졌다. 11월 주담대 증가액은 2,823억 원에 그치며, 이는 지난 1년 8개월 만에 기록된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지난 10월 15일 발표된 금융당국의 대책은 주담대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한도를 급격히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대출 수요 자체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연말 대출 총량 목표치 초과를 우려한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주담대 증가세가 급격히 꺾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는 동안 신용대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며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번 달 신용대출 증가액은 1조 1,387억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7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신용대출의 급증은 주담대 한도가 급감하면서 주택 매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주식 시장이나 기타 투자처에 자금을 투입하려는 투자 수요 역시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 주택 관련 자금의 우회로가 신용대출로 집중되면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새로운 과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