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믹스더블 컬링 대표팀이 빙판 위의 혈투 끝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팀 킴'의 주역 김선영과 정영석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호주와의 마지막 출전권 결정전에서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승리로 김선영은 한국 컬링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됐다. 승부의 분수령은 4엔드와 5엔드였다. 4엔드 당시 두 점 차로 앞서던 한국은 호주의 매서운 추격에 동점을 허용하며 흐름을 내주는 듯 보였다. 그러나 5엔드에서 김선영의 정교한 드로우 샷이 터지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김선영이 던진 마지막 스톤은 하우스 중앙에 위치한 우리 스톤 뒤에 절묘하게 안착하며 단숨에 3점을 획득하는 빅 엔드를 만들어냈다. 사실상 이 한 번의 투구가 경기 전체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이후 한국은 호주의 끈질긴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실리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7대5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마지막 8엔드에서도 대표팀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경기 중 김선영이 "플랜 B를 짜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실제 경기에서는 플랜 B가 필요 없을 만큼 압도적인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선영의 마지막 샷이 하우스 중앙에 스톤 세 개를 밀집시키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고, 호주의 마지막 공격은 한국의 견고한 수비를 뚫지 못한 채 무위로 돌아갔다.
최종 스코어 10대5로 올림픽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두 선수는 서로를 껴안고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동계 올림픽 마지막 티켓이 걸린 절박한 상황에서 거둔 승리였기에 그 감동은 배가됐다. 김선영은 파트너 정영석에게 고생했다는 격려와 함께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각오를 다졌다.
이번 성과는 김선영 개인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은메달 신화'의 주역이었던 그는 이번 믹스더블 진출권 확보를 통해 한국 컬링 선수 중 누구도 가보지 못한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경험 많은 베테랑의 노련함과 정영석의 패기가 조화를 이루며 한국 컬링의 저력을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했다는 평가다.
올림픽 무대를 향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대표팀은 이제 본선 무대에서의 메달 획득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두 선수의 행보에 팬들의 응원과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