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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80일 ‘김건희 특검’ 오늘 종착역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5-12-29 09:29



180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 정치는 ‘김건희 특검’이라는 하나의 질문 앞에 서 있었다. 권력의 최전선에 있었던 인물의 배우자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일은 그 자체로 헌정사에서 전례가 없었고, 그래서 이 특검은 출범 순간부터 상징성을 띠었다. 오늘, 그 열차는 종착역에 도착한다.

이번 특검의 가장 분명한 성과는 선을 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씨를 소환 조사했고, 결국 구속기소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권력의 그림자에 있으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냉소가 사회 곳곳에 퍼져 있었던 만큼, 이 장면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이 여전히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특검이 확보한 고가의 목걸이 실물과 자수서는 수사가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에 그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물증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성과의 무게만큼 아쉬움도 선명하다. 특검이 다뤄야 했던 16개 의혹 가운데 상당수는 끝내 ‘미완’으로 남았다. 가장 형량이 무거운 뇌물 혐의는 적용되지 못했고,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의 핵심 인물들은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원희룡 전 장관이나, ‘수사 봐주기’ 의혹의 중심에 섰던 전직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무산되면서 특검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지점에서 평가는 갈린다. 긍정적으로 보면, 특검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시간 안에서 가능한 만큼의 성과를 냈다. 전직 대통령 부부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안하면, 구속기소라는 결론 자체가 이미 상당한 진전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반대로 비판적 시각에서는 “결정적 고비마다 멈춰 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인물 소환 실패와 수사의 일부 이관은 특검이 구조적으로 가진 한계를 보여주며, 동시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환기시킨다.

이제 바통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특검의 시간은 끝났고, 내년 1월부터는 판결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음 달 예정된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첫 선고는, 이 180일의 수사가 과연 어떤 역사적 의미로 남을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름 역시 법정 판단이라는 냉정한 무대 위에 다시 오르게 된다.
‘김건희 특검’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하면 분명히 한 걸음은 나아갔다. 이 특검을 성공이라 부를지, 반쪽짜리라 부를지는 각자의 기준에 달려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180일이 권력과 사법, 그리고 민주주의의 관계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종착역에 선 열차가 남긴 흔적은, 이제 우리 사회가 어떤 사법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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