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에 영하 11도에 달하는 강력한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구로구의 한 대단지 오피스텔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밤새 추위와 어둠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24일 구로구청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날인 23일 오후 9시 30분경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939세대 규모의 오피스텔 및 상가 건물에서 전기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
이번 정전은 건물 지하 2층 전기실 내 소방 설비관이 파손되면서 발생한 누수가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쏟아진 물이 전기 설비를 침수시키면서 오피스텔 2개 동과 인근 상가 70여 곳의 전력이 끊겼고, 900세대가 넘는 주민들은 영하권의 날씨 속에 난방 기기조차 사용하지 못한 채 밤을 지새워야 했다. 특히 사고 직후 엘리베이터 2대가 멈춰 서면서 주민 2명이 내부에 갇혔다가 소방 당국에 의해 긴급 구조되는 긴박한 상황도 벌어졌다.
사고 발생 후 14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전한 복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설비가 한국전력의 공용 선로가 아닌 오피스텔 자체 수변전 설비여서, 부품 교체와 건조 작업 등 자체 수리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현장에 인력을 급파해 기술 지원과 복구 작업을 돕고 있으나, 침수 피해가 심해 정상화 시점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로구청은 정전이 장기화됨에 따라 즉각적인 긴급 구호 조치에 나섰다. 구청은 구로1동 주민센터에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인근 노인정 2곳(한신아파트, 참누리아파트 내 경로당)을 임시 한파 쉼터로 지정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또한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승강기와 급수 시설 일부를 임시 복구하는 등 주민들의 최소한의 일상 유지를 돕고 있다.
현장의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정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주민은 영하 10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진 상황에서 전기가 끊겨 집안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다며, 어린아이와 노약자가 있는 세대는 인근 숙박시설로 피신하거나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구청 측은 긴급 환자나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을 위해 상황실(02-860-2669)을 가동하며 추가 피해 발생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난 당국은 이번 사고가 한파로 인한 배관 동파나 시설 결함 등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겨울철 대단지 공동주택의 자체 전기 설비에 대한 노후도 점검과 누수 방지 대책 마련 등 안전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