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무인기 침투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민간인 오 모 씨가 국방정보본부 산하 정보사령부의 공작 협조원으로 활동하며 운영해 온 이른바 "가짜 신문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군 당국이 오 씨를 포섭해 언론사 운영 임무를 맡겼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오 씨가 최근 자신이 운영하던 매체의 기사 백여 건을 무단 삭제하고 사무실 주소지를 허위로 이전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어 수사 기관이 주시하고 있다.
오 씨는 지난해 4월부터 북한 내부 동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NK모니터"와 국제 정세를 다루는 "글로벌인사이트"라는 두 곳의 온라인 매체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 약 10개월간 두 매체에는 총 500여 건의 기사가 게시되었으나,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오 씨는 지난 20일 돌연 홈페이지를 폐쇄했다가 하루 만에 재개설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인사이트에 게재됐던 기사 중 최소 124건과 NK모니터의 기사 일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삭제된 기사들은 전체 분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별도의 정정 보도나 삭제 공지 없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군과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한 사전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보사령부와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기록이나 공작 활동의 근거가 될 만한 민감한 정보들이 삭제 대상에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커 수사팀은 서버 기록 복구 등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 씨의 도주 및 은폐 정황은 사무실 주소지 변경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취재 결과 오 씨는 정보사 공작 협조원 신분이 외부에 노출된 시점을 전후해 기존 서울 서교동과 논현동에 위치했던 사무실 주소를 각각 성산동과 구로동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새롭게 등록된 주소지를 확인한 결과, 실제 상주 인원이 없는 비대면 우편물 수령용 "공유 오피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건물의 관계자들과 인근 사무실 직원들은 오 씨의 존재나 해당 언론사의 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유 오피스 관리업체 측은 온라인 언론사의 경우 별도의 면담 없이 업종 확인만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어 입주사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오 씨가 언론사라는 외피를 이용해 실제로는 정보사의 지시를 받는 유령 조직을 운영하며 공작금을 수령하거나 대북 활동의 거점으로 활용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군 검찰과 경찰은 민간인 신분인 오 씨가 군 정보기관의 자금을 받아 가짜 언론사를 운영하며 북한 무인기 침투라는 고도의 군사 작전에 가담한 경위와 그 배후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오 씨가 지운 기사들의 내용이 단순한 뉴스 전달을 넘어 북한 자극이나 정보 수집을 위한 "흑색 선전"의 일환이었는지 여부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에서 민간인을 내세운 비정상적 공작 체계가 드러남에 따라 정보사령부의 책임론 또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민간인을 이용한 불법 공작이자 언론의 자유를 악용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군 당국은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작 협조원 관리 부실과 가짜 언론사 설립 묵인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기관은 조만간 오 씨를 소환해 기사 삭제 동기와 실제 공작 수행 과정에서의 명령 체계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