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믿는다는 것은 아무 이유가 없다.
증거가 충분해서도 아니고, 논리가 완벽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이유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 믿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연인일 때의 신뢰는 조건 위에 세워진다.
연락이 빠르면 안심하고, 말이 다정하면 확신한다.
그러나 부부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믿음은 계산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상대가 완벽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까지 끌어안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믿는다.
부부의 믿음은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왜 그 사람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정확한 대답은 하나뿐이다.
“내 사람이기 때문이다.”
의심이 생길 때도 있다.
서로의 말이 어긋나고, 마음이 닿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부부의 믿음은
상대를 재판대에 세우는 일이 아니라
같은 편에 서는 일이다.
사실을 따지기 전에 마음을 먼저 놓는 것,
그것이 부부의 신뢰다.
믿음은 상대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아니다.
실망시키는 순간이 와도
함께 견뎌내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그래서 부부의 믿음은 늘 조용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남는다.
아무 이유 없는 믿음은 무책임함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큰 책임이다.
도망칠 수 있음에도 남기로 한 선택,
의심할 수 있음에도 손을 놓지 않는 결단.
그 결단이 쌓여 부부가 된다.
결국 부부가 믿는다는 건
상대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아니라
혹시 배신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와도
사랑으로 다시 묻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부부의 믿음에는 이유가 없다.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 자체가 이미 믿음이기 때문이다.